'계란에 08이라 적혀 있어 찝찝해 남편 먹였어요.'

지난 15일 국내에 살충제 계란이 유통됐다는 것이 알려진 직후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다. '08'은 경기도산(産)이라는 뜻이다. 살충제 성분 계란이 처음 발견된 곳이 경기도였다. 이 글에 '남편이 실험 쥐냐' '시어머니는 안 드리냐' 같은 댓글이 달렸다. 살충제 계란이 인체에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지지 않던 시기라 논란은 더욱 거셌다.

살충제 계란 파문 이후 "집에 남은 계란을 나 혼자 먹는다"는 남편들이 많다. 살충제에 오염된 계란은 인체에 별 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어린아이 앞에 이 계란을 내놓기는 꺼려진다. 이미 구입한 계란을 버리기 아까운 주부들이 아이에겐 주지 않고 남편에게만 주는 것이다.

네 살 아이를 둔 30대 가장은 "주말 동안 아내가 아침 식사 때 계란국을 끓였는데 아이는 못 먹게 하고 나한테만 주더라"면서 "불만을 제기하니 '성인은 먹어도 별문제 없다는데 계란 한 판을 그냥 버리느냐'고 따져 묻더라"고 했다. 결혼 3년 차인 윤모(34)씨는 "아내가 임신 2개월째라 계란 요리를 나한테만 주는데 이해하면서도 섭섭했다"고 말했다.

남편들이 자발적으로 계란을 찾는 경우도 있었다. 광화문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모(41)씨는 "라디오를 들어보니 성인은 하루에 계란 70개 먹어도 문제없다더라"며 "아내는 걱정된다는데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그냥 내가 먹고 있다"고 말했다.

남녀 혐오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부 여성은 "여성 몸에 축적된 살충제는 임신하면 아이에게 옮아갈 수 있다" "여성은 환경호르몬에 더 취약하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일부 남성이 "몸에 안 좋은 건 똑같다" "남성 혐오와 다름없다"고 반발한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아내와 남편'이라는 구도 때문에 남성 혐오로까지 확대 해석하는 건 지나치다"며 "이건 그저 개인의 상식에 관한 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2/2017082200229.html